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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뽑은 아름다운 한국어 ① 사랑 ② 안녕 ③ 아름답다 ④ 별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는 '사랑'이었다. 전 세계 60개국 180곳 세종학당 학생 1228명에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국어 단어를 물었다. 학생들은 영어·중국어·스페인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된 질문지를 받고 한국어와 모국어를 섞어가며 정성껏 답변을 보냈다. '사랑' '사랑해' '사랑합니다' 등 사랑이 들어간 말이 13%(155명)로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한국어로 발음했을 때 소리가 우아하고 섬세하다" "사람과 사랑이 한 글자 차이로 비슷하게 생겼다. 사람은 사랑을 위한 존재다" 등의 이유를 써냈다.
'사랑'이라는 의미도 아름답지만 한국어 고유의 소리나 모양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영국문화원에서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설문에서 Love(사랑)는 1위 Mother(엄마), 2위 Passion(열정), 3위 Smile(미소)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조현용 경희대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는 "음성적으로 ㄱ, ㄷ 같은 막힌 소리보다는 ㄹ, ㅇ 같은 울림소리가 듣기 좋고, 특히 ㄹ은 소리가 끊기지 않고 지속된다"면서 "우리말엔 삶, 서로, 설레다처럼 ㅅ과 ㄹ이 들어가는 말에 아름다운 말이 많다"고 했다.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인 유지원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국어의 소리와 한글의 모양은 세계 어떤 언어와 문자 간의 관계보다 결속력이 강하다"면서 "'사랑'의 ㅅ 초성은 싱그럽고 솟아오르는 느낌이고, 동적인 'ㅇ' 받침은 돌돌 굴러가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말인 '안녕'도 이들에겐 아름답게 들렸다. 아름다운 우리말 2위는 '안녕'(3.7%)이었다. '안녕'이 아름다운 이유로는 "발음할 때 소리가 예뻐서" "한국 사람들이 인사를 잘해서" "'Hello'(만날 때 인사)도 될 수 있고 'Goodbye'(헤어질 때 인사)도 될 수 있어서" "처음 배운 한국어라서" 등이 있었다.
독일 세종학당 학생들 "제 한글 솜씨 어떤가요" - 독일 본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글 서예 강좌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쓴 글씨를 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세종학당은 전 세계 60개국 180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3위와 5위는 '아름답다'(3%)와 '예쁘다'(2.5%)였다. 몽골 세종학당의 한 학생은 "'아름답다'는 단어를 떠올리면 한국의 자연이 그려진다"면서 "한국은 사람과 자연, 음식과 날씨가 아름다운 나라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한국을 표현하는 단어 같다"고 했다. 칠레 세종학당의 학생은 "'예쁘다'는 말은 달콤하고 다정하게 들리며 발음하기도 쉽다"고 했다.
자연이나 계절을 뜻하는 단어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별, 봄, 꽃, 하늘, 달, 가을 순이었다. '별'은 아름다운 우리말 4위(2.6%)에 올랐다. 브라질 세종학당의 학생은 "별이 포르투갈어로는 'estrela'로 굉장히 긴데 한국어는 딱 한 음절이라 더 아름답게 들린다"고 했다. 또 다른 단어인 '봄'을 써낸 태국 치앙마이 세종학당 학생은 "봄이라고 할 때마다 정원에 넘치는 꽃들이 생각난다"면서 "아름답고 마음속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완벽한 한국어로 이유를 적어줬다. 이 밖에 '대박' '눈치' '아이고' '열공' '어떡해' 처럼 재미있는 단어들도 나왔다.
학생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봄날'이었다. 멀리 떠난 친구를 그리며 언젠가 올 봄날에 대한 희망을 담은 노래. '봄날'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와 "아침은 다시 올 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였다. 2위 역시 방탄소년단의 노래 'Answer: Love myself' 중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꼽혔다. 방탄소년단 다음으론 '아리랑'(3위)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노래인 이하이의 '한숨'도 4위로 선전했다. '한숨'에선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지 않아"를 아름다운 노랫말로 뽑았다.
☞세종학당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외국에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07년 3개국 13곳으로 출발해 2019년 현재 60개국 180곳으로 늘었다. 학생 수도 지난해 6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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