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독일어로 번역된 뛰어난 현대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독일 세계문화의 집 (HWK) 국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에 있는 작품 중 마지막 시.
공중에 떠가는 따스한 입김 하나가 너를그리워마요
너보다 먼저 윤회하러 떠난 네 어릴적 그 입술에 살랑 닿는 바람이 너를 그리워마요
무한창공 떠가는 아파서 죽은 그 겨울 그 여자의 얼음심장에 가느다란 바늘이 가득 꽂히면서 너를 그리워 마요
떨어진 이파리들이 언 강물위에 지문을 가득 붙여가면서
1백 층 2백 층 건물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면서
안경은 안경끼리 신발은 신발끼리 입술은 입술끼리 눈썹은 눈썹끼리 발자국은 발자국끼리
커다란 서랍속으로 쓸려가면서 너를 그리워마요
80센티미터로 강물이 얼어붙고,그 위로 탱크가 지나가고, 그 얼음 밑에서 물고기들이 너를
그 담배가게 앞에서 14년째 전봇대에 묶인 개가 너를 그리워 마요
커다란 바람이 미쳐서 죽은 여자 수천 명을 데리고 날아가는데
네 일생의 '너"들이 웃어 젖히는 소리, 쏟아지는 머리칼
겨울 풍경 전체가 울며불며 회초리를 휘두르며 너를그리워마요
눈발이 수천 개 수 만개 수 억만개 쏟아지며 너를 그리워 마요.
온 세상에 내려앉아서 울며불며 수런거리며 눈 속에 파묻힌 눈사람 같은 네 몸을 찾지마요,
예쁘게 접은 편지를 펴듯 사랑한다 어쩐다 너를 그리 마요
너는 네가 아니고 내가 바로 너라고 너를 그리워 마요
49일 동안이나 써지지 않는 펜을 들고 적으며 적으며 너를 그리워 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