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에는 역대 최대 적자를 쓰면서 주요 2개국(G2) 교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對美) 경상수지는 912억5000만달러 흑자로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1위 수준을 기록했다. 흑자 폭이 전년(689.7억달러)보다 222억8000만달러 급격히 확대됐다.
반면 대중(對中)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인 마이너스(-) 309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84.5억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3배 넘게 커졌다.
문혜정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작년 대미 흑자 확대는 상품수지가 승용차 등의 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가 이자 수입 증가 등으로 개선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견조한 소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승용차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이자 수입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에 대미 상품수지와 대미 본원소득수지 모두 역대 최대 흑자를 보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중 적자 확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이 크게 감소하며 상품수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G2 교역에 있어서 이 같은 온도차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 팀장은 "대중-대미 경상수지 디커플링(차별화) 흐름은 2020년 대미 경상수지가 대중 경상수지를 추월한 이후 본격화됐다"며 "대미 흑자는 2020년부터 확대 흐름이 이어진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2022년 첫 적자 전환 이후 작년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진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당분간 미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과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디커플링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미중 간 성장 격차가 심해졌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영향도 있다"며 "고착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지난해 168억6000만달러 적자로 적자 규모가 1년 전(-176.9억달러)에 비해 소폭 완화됐다.
이런 대일(對日) 경상수지 적자 완화는 엔화 약세로 우리 국민의 일본 여행이 활발해지며 서비스수지가 적자 전환했으나 화공품, 정밀기기 등의 수입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적자 폭이 축소된 결과였다.
유럽연합(EU)에 대한 경상수지는 63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년(55.1억달러)보다 개선됐다. 문 팀장은 "이는 본원소득수지가 배당 지급 감소 등으로 개선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에 대한 경상수지는 516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년(774.5억달러)보다 257억8000만달러 악화했다. 이는 상품수지가 반도체, 석유제품, 화공품 등의 수출 감소로 흑자 폭이 쪼그라들고 서비스수지가 운송 수입 감소로 적자 전환한 결과로 풀이됐다.
중동 지역에 대한 경상수지는 737억4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가 낮아지면서 원자재 수입액이 감소하자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축소됐다.
https://kr.investing.com/news/economy-news/article-110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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