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차린 건데 결국 문 닫았어요. 겨울에 잠깐 매출 떨어진 건 줄 알았는데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중국 간식 ‘탕후루’ 매장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매장 수도 우후죽순 늘어났는데,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수백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짝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신중한 분석을 통한 창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이날까지 폐업한 탕후루 가게는 43개다. 지난해 1300여곳이 넘는 탕후루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지만 올해 개업한 탕후루 가게는 50곳에 불과하다. 반면 폐업한 가게는 지난해 72곳, 올해 190곳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폐업한 탕후루 가게는 34개로, 하루 평균 2개꼴이었다. 전국 탕후루 가게는 이달 초만 해도 1500개가 넘었으나, 17일 기준 1495개로 줄었다. 탕후루 1위 업체인 달콤왕가탕후루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500호점을 열었다고 발표했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 매장 수는 오히려 줄어 490개에 그쳤다.
이미 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려 중인 점주들은 빠르게 변하는 디저트 트렌드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나친 설탕 사용으로 인한 청소년 과당 논란에 더해 과일, 설탕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는 게 업주들 설명이다.
2년 전 탕후루 매장을 열었다 올해 폐업을 결정한 점주 A씨는 “그래도 인기가 꽤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탕후루 열풍이 끝났다”며 “디저트 트렌드가 인스타그램 등을 타고 너무 빨리 변하다보니 따라가기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링고아메나 망고사고, 붕어빵 등 그때그때 유행 흐름에 맞춰 메뉴에 추가하려 해봤지만 단가도 안 맞고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근접 출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경기에서 탕후루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인접한 골목에만 3곳이 연달아 생겼다. 현재 한 곳은 문을 닫았고 저도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라며 “뭐가 유행한다고 하면 따라서 막 여니까 다 죽자는 꼴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 나오기 시작한 건 몇 달 됐고, 하루 10개도 안 팔렸던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유행을 따라 개·폐업을 하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유행을 기준으로 창업할수록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할 수밖에 없어 리스크가 크다”며 “특히 한국 디저트 시장은 주기가 짧다. 대왕 카스텔라, 벌집 아이스크림 등이 일례”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상권의 특성이나 계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창업이 필요하다”며 “또 매출이 안 나온다고 무작정 문을 닫는 것보다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거나 ‘숍인숍’ 등의 방식으로 변주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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