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어떤이는 전혀 무해하다고도 하는데 저같은 사람은 몇일 사막에서 물 한모금 못 마신 것 같은 갈증에 밤새 고통 받아야하죠. 그래서 오랜만에 달려간 곳. 둘루스에 위치한 조미료와 담 쌓은 엄마밥상입니다.
이곳의 상징인 10가지 반찬이 쫘악 깔립니다. 가지수도 놀랍지만 반찬 하나에 퍼 담은이의 정성마져 느껴질 정도로 대충대충이란 느낌이 일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렸을쩍 기피대상 1호였던 멸치볶음까지 맛있읍니다. 여기에 덤으로 미역국 (국은 그날그날 사장님 맘대로 바뀐다네요)까지 나오니 메인이 나오기전에 밥을 반공기쯤 입으로 밀어넣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흐미.....이게 뭐다냐? 간장게장이 아닌가? 손이 떨려오면서 심한 갈등에 휩싸입니다. 20대중반때 블루크랩 잘못먹고 엘러지 있는데 이를 어쩐다....꽃게라면 블루크랩의 사촌쯤되는것이 아녀? 이거먹고 X되는거 아녀? 아냐 괜찮을거여. 선과악의 논쟁속에 머리가 아파집니다. 이쯤되니 머리속에서 김범수의 노래가 환청으로 들려옵니다.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이러면 안돼지만~죽을만큼 빨고싶다~빨고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만큼...." 한입 빨면 입속으로 밀려 들어올 꽃게살의 탱글탱글함과 적당한 간장의 짭쪼름함을 상상하면 미칠지경입니다.
닭똥같은 눈물을 머금고 제가 선택한 메뉴는 꽁보리 열무비빔밥입니다. 조리퐁을 닮은 100% 꽁보리밥 한공기에 열무, 무우채와 콩나물이 담겨져 나오고 옆에 강된장까지 지델루 나옵니다. 역시 강된장에도 조미료맛은 전혀없고 멸치맛이 강합니다. 요놈들을 큰그릇에 탈탈 털어넣고 기냥 비벼줍니다.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고 이렇게 비비고 있는 와중에도 왜 눈길은 자꾸 게장으로 향하는거지? 제기랄....
썩썩 비빈후 한숫갈 떠서 그위에 깻잎 한장 올리고 무말랭이 한개를 올렸더니 사진찍는 순간에도 침이 목구녕으로 꿀떡꿀떡 넘어갑니다. 맛은 설명이 필요없죠. 그 옛날엔 쌀이 없어서 먹었던 꽁보리밥이였겠지만 저에게는 조리퐁 이상으로 맛있는 한끼였읍니다.
게살의 탱글함은 못 느꼈지만 입속에서 뽕뽕 터지는 꽁보리밥의 식감과 강된장의 구수함 그리고 열무의 아삭함, 모두 느~무 좋았읍니다. 담엔 고추장도 한숫갈 넣으면 더 맛있을것 같습니다. 다먹고 들은 얘기인데 게장이 절단 꽃개라서 등딱지는 없지만 짜지 않고 맛있다고 합니다. ㅠㅠ (그 분 말입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