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마지막날 입니다. 사형수에게도 마지막 식사의 선택권을 주는 것 처럼 제가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을 먹기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읍니다. 어디가 어딘지 동서남북도 모르는체 택시를 잡아타고 맛집검색에서 찾은 곳을 향하여 달려갔읍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 이름도 콩나물 국밥입니다. 국졸이상이면 여기가 뭐하는곳인줄 아시겠죠? 전주식 콩나물 국밥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커서 콩나물 국밥하면 맹물에 멸치 좀 넣고 콩나물 넣고 끓인 그런 속칭 시원한맛의 콩나물국을 상상하게 되죠. 허나 세상은 넓고 우리가 모르는 음식이 많듯이 여기 전주식 콩나물 국밥은 다릅니다.
브런치 식당에서 주는 계란후라이가 아니~여라. 이거슨 수란이여. 그것도 난생 처음보는 쌍알이여. 요거슬 으뜨케 먹느냐?
고기 국물에 끓여나온 콩나물국에 수란을 아낌없이 넣은후 노른자를 터뜨려 탁하게 만드는 거시여. 클럽에서 물을 흐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콩나물국밥에 수란의 노른자를 터트려 탁하게 만드는 것은 강력 추천합니다. 거기다가 테이블 위에 통짜로 놓여있는 김가루를 듬뿍 넣어서 먹으면 이런 생각이 나지 않을수 없지라 "여지껏 먹은 콩나물국은 뭐시여? 여지껏 엄마한테 속고만 산겨?"
순간 새우젓과 다진 청양고추 그리고 오징어젓을 테이블위에서 발견했어라. 밥까정 국에다 말아뿔고 청양고추까지 넣은 후 오징어 젓갈을 하나 올리면 바로 이런 비쥬얼이 완성되어 버리는겨.
바로 이거지라.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비주얼의 한숫갈을 입에 쑤셔놓으면 이런 말이 자동적으루다 나옵니다 "으따 쥑.인.다" 한참을 미친듯이 퍼먹다가 갑자기 씹히는 이상한 식감.. 뭐지? 내혀를 씹은겨? 아닙니다. 이 전주식 콩나물국의 꽃인 오징어입니다. 오징어젓의 오징어가 아니고 오징어를 잘게 썰어 국에 넣고 끓인것이지요.
깊은 국물맛에 노른자의 부드러움을 더한 것도 모자라 식감까지 신경쓴 이 전주식 콩나물국이야말고 유네스코에 꼭 등록되야할 한국의 보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듭니다 (음식이 등록되는지는 확실치 않음. ㅋㅋ) 전주비빔밥도 좋지만 전주식 콩나물국밥 꼭 한번 기회되면 한그릇 때려보세요. 첫사랑은 잊을 수 있지만 오징어젓을 올린 이맛은 못잊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