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루스엔 뭐든 많죠? 그로서리도 많고 순두부 전문점도 제가 아는 곳만 해도 5곳입니다. 근데 요즘 자주 들리지 않았던 순두부 전문식당에서 연말이고해서 약속이 잡혀서 들르게 되었읍니다.
노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동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있는 둘루스의 두부마을입니다. 외관이 삐까뻔쩍하지도 않고 현대식도 아니지만 왠지 들어가면 욕쟁이 할머니가 나올것만 같은 분위기. 하지만 왠지 정겨워보이고 활짝 열려있는 외부문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반찬이 깔렸는데 어묵볶음, 김치, 콩나물, 오이무침, 멸치볶음 그리고 이름을 알수없는 짱아찌. 왜 전국 어느 순두부 전문점을 가도 오이무침, 어묵볶음과 저 이름을 알 수 없는 짱아찌는 기본적으로 꼭 나오는 것일까? 같은 순두부 장인에게 전수를 받은것일까 아니면 순두부와 특히 궁합이 맞는 반찬이여서일까?
저는 난생 처음 카레순두부를 주문했는데...카레하면 노란색 아니던가? 노오란 카레속에 순두부를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역쉬 오바였읍니다. 보통 순두부찌게에 카레가루를 첨부한 것이였읍니다.
첫 맛은 희한했는데..어라 이거시 중독성이 있어요. 숟가락질을 멈출수가 없어요. 참네...이게 머선일이고?
난생 처음 맛본 중독성있는 카레 순두부도 저를 즐겁게했지만 여기 최고의 맛은 이 찰지면서도 꼬돌꼬돌한 밥이였읍니다. 물론 다른 순두부 식당에서도 전기 양은솥밥을 제공하지만 여기 밥맛은 진실로 참으로 틀립니다. 밥에 무척이나 진심인 저에겐 밥은 말 그대로 주식이고 밥상위에 주연인데 거의 최민식급 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최민식 나오면 조연이 누구든지 재밌다는 의미입니다). 무엇이 이런 최고의 밥맛을 만들었다는것인가?
답은 바로 솥 자체였읍니다. 무쇠로 만든 가마솥입니다. 사장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입구를 통하여 들어오는 손님수에 마추어 주문을 받기전에 손님수대로 이 무쇠 가마솥에 밥부터 올리신다고 합니다 (10분 걸린답니다). 전기밥솥으로 만든 밥이나 햇반하고는 클라스가 확실히 다르네요. 왜 조상들께선 고봉밥을 드셨는지 이해가 가네요.
디저트로 나온 미숫가루가 아니고 다 퍼먹고 맛보라고 남겨준 눈물나게 너그러운 친구의 콩국수입니다. 끈끈함이 틀립니다. 콩물을 마시는것이 아니라 씹어 먹어야할정도로 걸죽합니다. 어쩐지 이 인간 요거 남길때까지 한마디 안한 이유가 있었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레순두부도 먹어봤고 처음으로 콩국물을 씹어 먹어봤읍니다. 카레 순두부도 맛있게 중독성있어 좋았지만 담번엔 저 콩국수 한그릇 원없리 씹어줘야겠읍니다. 국수말고 콩국수에 저 밥을 말아 먹는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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