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염소탕으로 아직 살아있음을 일깨워준 스와니의 돈가네에 꼭 먹어봐야할 메뉴가 있다하여 다시 한번 댕겨왔읍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수있다 했는데 그런 의미서 기대 안할 수 없었지만 그래서 추천 메뉴가 메뉴인지라 마음이 편치는 않았읍니다. 그 메뉴가 뭐냐구요?
바로 매운 돈까스 되시겠읍니다. 매운 돈까스하면 한국의 뒤진다 돈까스이고 유튜브를 통해 그곳에서 시식하다 쓰러지고 실려가는 그런 모습들을 보았기에 용기내서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 주문하였읍니다. 첫인상은 그냥 평범한 돈까스. 싸이즈가 좀 되는 2장의 돈까스 고기, 정통 이탈리언이 경악을 금치못한다는 마요네즈 마카로니, 양배추채, 단무지와 나의 사랑스런 한덩이의 밥.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돈까스보다는 경양식 돈까스를 선호합니다. 고기의 두께 차이보다는 바로 쏘스의 차이때문이죠. 일식돈까스에서 주로 사용하는 시큼한 아주 진한 갈색의 쏘스보다는 밀가루를 빠다에 볶아서 만드는 약간은 느끼한 경양식 쏘스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가 느끼하게 생겼다 하는지도 모름.ㅋㅋ). 어렸을 적 에스비카레 광고에서 자주보던 알라딘램프처럼 생긴 용기에 나오는데 일단 색깔보고 안심이 됩니다. 매운 돈까스라해서 디진다돈까스 처럼 붉은빛을 띠는 검은색 쏘스였으면 저도 약국을 먼저 갔다오려 했는데 다행입니다. 기성품이 아닌 직접 이런 쏘스를 만드신 식당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와 정성에 먼저 감사 드립니다.
돈까스의 겉면입니다. 고운 빵고가 아닌 거친빵고를 사용하여 씹는 이들로 하여금 바삭함을 최고로 느끼게 하려는 주방장님의 의도로 판단됩니다. 이제 구경 그만하고 먹어봐야하는데 그순간 거친빵꼬를 보면서 갑자기 그분이 생각납니다
가수 임재범님입니다 "거친 생각과~불안한 눈빛과~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거친빵꼬를 보며 한입 먹기전 너무 매울까봐 불안해하는 저의 눈빛을 보며 곡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쏘스용기에 고기한점을 썰어 풍덩 담궜다가 한입 먹어봤는데 역시 매콤은 하지만 그렇다고 땀이 쏟아지고 위장이 빵구날정도는 전혀 아닙니다. 아예 이 매콤함이 쏘스의 빠다맛을 잡아주는 완충제 역활까지 해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가소롭다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고기 한점 한점을 집중해서 즐기다보니..
또 초벌 설거지를 해버렸네요. 장식용으로 판단되는 새끼상추를 제외하곤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읍니다(사실 상추까지 먹어버릴려고 했는데 너무 없어보일까봐 참았읍니다). 쏘스까지 박박 긁어 먹었읍니다
일식도 아닌 그렇다고 경양식이라고도 할 수 없는 퓨전 스똬일의 거칠고 매운 돈까스. 항상 씹어왔던 돈까스보다 식감이나 뒷맛에서 뛰어났다고 감히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