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먼 옛날에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았읍니다. 제일 나이 어린 돼지는 짚으로 집을 지었고....그러던 어느날 동네에 늑대가 나타났어요....다들 들어보신 동화일겁니다. 배고픈 늑대인 제가 오늘 돼지 삼형제가 아닌 비빔밥 삼형제를 다 먹어보았읍니다.
계획된 것은 아니였고 점심때 간만에 풀을 좀 씹고 싶어서 둘루스 모처에서 런치 스페셜로 먹은 그냥 비빔밥이 시작이였읍니다. 간만에 식이섬유로 배를 만땅채웠는데 친구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저녁때 바로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읍니다
얼마전 둘루스에 문을 연 Charkor Guys (숯놈들)입니다. 지난번엔 갈비를 맛만 보다가 급한 전화가 오는 바람에 단백질을 보충할 기회를 지델루 활용치 못했는데 그녀석이 다시 이곳으로 초대해주는 이런 고마운 일이....역시 가정교육이 확실히 되어있는 녀석인것 같아 대견하게 느끼고 있을 무렵, 비빔밥 어떠냐 하길래 " 점심도 비빔밥 묵었다" 했더니.
녀석이 주문한것은 육회 비빔밥. 당근, 버섯, 시금치, 콩나물, 고사리, 호박등의 사찰에서 먹는 비빔밥 위에 육회와 계란 노른자가 떡하니 올라 앉은 육회비빔밥이였읍니다. 다른 식당에 비해 나물의 양이 밥대비 겁나게 많아 거의 밥은 나물비빔을 거드는 역활을 하는 것 처럼 보였읍니다. 왠지 이렇게 먹으면 전혀 살이 안찔 것 같기도 하구 이렇게 먹으면 내일 아침 배변은 무척이나 깔끔할 듯 느껴졌읍니다. 육회를 비비기전에 맛보았는데 여느 식당의 육회 비빔밥과 다른 것이 어느정도의 매운양념이 육회에 베어있다는 사실. 챙기름맛 고소하고 달달한 육회를 노른자에 적셔 한입 먼저 맛볼 수 없었다는것이 아쉬웠읍니다
곧이어 도착한 마지막 비빔밥은 바로 돌솥비빔밥 되시것습니다. 같은 종류의 나물들로 구성되어 있고 육회대신 꽤 많은 양의 볶은고기가 계란 노른자를 떠 받치고 있는 형상입니다. 계란 파동이 거의 진정이 돼었지만 아직도 왜 이렇게 계란만 보면 행복해 지는걸까?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고 했던 것 처럼 뜨거운 돌판에서 한번 더 익힘을 당한 나물들과 밥의 성숙한 맛(누룽지맛)이 좋아 혀를 데일지도 모르는데도 거침없이 숟가락을 들이대게 합니다. 밥이 누룽지화 되면서 풍기는 꼬숩음도 좋았고 자주자주 씹히는 볶은고기마져 식감을 느끼는데 일조해서 더욱 더 좋았읍니다. 왠지 씹으면서 떠오르는 제일 큰 아기돼지가 지은 벽돌집 같은 견고한 맛. 단지 씹히는 누룽지에서 오는 쫄깃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빔밥을 주문하면 목메일까 주시는 된장찌게인데 맑고 칼칼한 궁물맛이 일품. 찬밥 한사발만 있어도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될 것 같습니다.
점심때 일반 비빔밥으로 시작해서 저녁때 육회 비빔밥 그리고 돌솥 비빔밥까지 비빔밥 삼형제 투어를 마치고 나니 비빔밥들의 우월을 가리기에 충분했던 곳 같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한테는 돌솥비빔밥이 1등, 육회비빔밥이 2등, 일반 비빔밥이 3등 이였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