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곳의 식당이 환골탈퇴했다는 소식에 평소 할일이 더럽게 없는 선배에게 전화가 왔읍니다. 함 가보쟈. 평소 뭘 먹을까하는 생각이 뇌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선배이지만 신빙성과 성공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선배...마지막으로 한번만 믿어보자하는 작은 소망을 가슴에 품고 댕겨 왔읍니다
바로 이곳. 둘루스 불타는 곱창 바로 옆집에 위치한 어촌횟집입니다. 간판과 입구는 강원도 어느 어촌에나 있을법한 비주얼.
어랏? 내부는 정말 싹다 갈아 엎으신 듯 증말 깔끔합니다. 어뜨케들 알고들 오셨는지 주로 모자를 눌러쓰신 중년의 아자씨들이 실내를 장악하고 계셨읍니다. 젊은 사람들만 가득한 식당에선 느낄 수 없었던 당당함. "저 사람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물 흐리고 난리야?"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너무 편했읍니다.
우리 엄니 텃밭을 다 털어온 것 만큼 야채가 겁나게 많은 회덥밥입니다. 한입을 먹기도 전에 아삭함이 느껴지는 이 회덥밥엔 광어로 추측되는 흰살 생선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읍니다.
횟집의 생명인 초고추장을 뜸뿍 넣은 후 쓱쓱싹싹 비벼야지요. 입속엔 벌써 침들이 난리를 치 시작을 하고..잘 좀 빨리 비벼보라는 선배의 독촉속에 한대접을 비벼 놓았더니 바로 시작되는 선배의 노략질.
싸이즈가 장난이 아녔던 회덥밥 그릇. 보통은 숟가락을 얻어놓고 사진을 찍어서 싸이즈를 가늠하게 하지만 이것은 그럴 클래스가 아녀서 예쁘지 않지만 손을 넣고 찍어봤읍니다. 한뼘반 정도의 거대한 싸이즈의 회덥밥 그릇은 집에서 강아지 목욕시킬 수 있을만한 싸이즈입니다. 싸이즈가 이렇다 보니 한숟가락에 회를 한조각 건진다는것은 스크레치 오프 복권 (긁는 복권)에서 담청될 확률과 거의 비슷.
회덥밥과 그 선배가 주문한 찌라시에 함께 나온 매운탕. 원래는 뚝배기에 나왔는데 별 생각없이 앞그릇에 한그릇 퍼 왔읍니다. 맛이 그저 그럴것 같아서 별 기대 않했는데...
오마이 갓. 궁물이 끝내주네요. 생선이 헤엄치다간 물만 넣고 끓여낸, 뼈다구만 넣고 끓여낸 그런 매운탕이 아닌 생선의 진한 살맛이 나는 쥑이는 궁물에 심지어 살붙은 생선마저 들어있네요. 시원한 맛이 아닌 정말 진한 맛의 매운탕이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될줄이야..
궁물이 좋다보니 공깃밥 추가는 피할 수 없는 상황. 바닥까지 퍼 먹고 나서야 오늘도 과식한 미련한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조연으로 나왔던 매운탕 때문에 주연이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나도록 하는 맛이었읍니다.
진한 궁물의 매운탕. 아마 아틀란타에서 먹어본 매운탕중에 으뜸이 아니였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