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무엇을 먹을까 둘루스 근처를 배회하는 제가 아는 승냥이들과 함께 그동안 한번도 방문치 못했던 그곳에 댕겨왔읍니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파킹랏에 차가 너무 많아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둘루스의 한신포차 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초저녁 (6시)인 관계루다 우리가 첫빠다였읍니다.
우리는 술을 안먹으니 첫손님부텀 진상이다라는 소리 안들으려면 행동거지를 잘해야겠지요. ㅎㅎ

방은 맞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비쥬얼...어디더라? 맞다. 나한테는 경마장 말 보관소를 연상시키는 실내장식.
9번방으로 안내 되었읍니다.

노안이 일찍 와버린 승냥이들에겐 너무나도 읽기 힘들었던 메뉴중에 처음으로 간택받은 치즈 닭갈비되시겠읍니다. 원래 알던 고구마, 떡, 양배추가 듬쁙 드간 붉은색 닭갈비가 아닌 신당동 떡볶기 같은 색깔의 양파와 피망으로 그자리를 대신한 신세대식의 닭갈비입니다.

닭고기의 양은 충분하고 치즈의 양도 거의 피자수준입니다. 색깔과 다르게 겁나 매워서 한입 먹는 순간 땀샘이 폭팔수준에 이르렀고 그나마 치즈로 맛을 중화시켰지만 이럴 땐 구원 투수를 등판시키지 않을 수 없읍니다. 구원등판하게 될 선수는 평생 세이브만을 챙겨온 우리 불펜의 영원한 동반자. 공깃밥 되시겠읍니다. 역시 없어서는 안될 선수죠.

불난 입속을 공깃밥으로 겨우 진화를 이어가고 있던 순간, 2번째 음식이 등장입니다. 서로 빼곡히 써있던 메뉴판 읽기를 주저하고 있을 무렵 지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녀석이 주문한 또 다른 매운음식.
오늘 날을 잡고 우리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갑니다.

밥위에 두부 하나 얹고, 그위에 제육 한점 얹으니 어느 삼층석탑 부럽지 않은 자태를 뽐냅니다. 역시 매운데 아까 닭갈비의 매움과는 차이가 있읍니다. 닭갈비의 메움은 마치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를 주뎅이에 맞는 느낌이라면 두부김치의 메움은 몸통으로 받아내는 라이트훅의 느낌...둘다 아프다 하지만 느낌이 틀립니다. 닭갈비의 메움은 캡사이신을 먹은 것 모냥 고통이 날카롭고 길게 가지만 두부김치의 메움은 묵직하면서 즐길 수 있는 (변퇴 아임돠~~) 그런 메움입니다
두가지 메뉴만으로도 왜 이곳이 젊은이들에게 인기인지를 알 수 있었읍니다. 누가 여기가면 계란말이를 꼭 먹으라고 했는데 그걸 주문 안한 녀석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포차지만 식사만도 가능하고요, 본인 생각에 연식이 좀 되신다 생각드시면 저희처럼 일찍가시면 자제분들과 마주칠 상황은 피할 수 있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