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백종원 선생께서 수백명의 한끼를 맹길어주는 프로그램에서 기숙사에 살고 있는 여성분들에게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제일 많은 답이 마라였읍니다. 마라가 도대체 뭐길래 그럴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사는 저에게 불을 땡긴 것이 있었으니...몇일 전 타지역 여자 유투브님께서 아틀란타 도장깨기를 한다며 마라탕 먹는 모습을 보고 만것입니다.
그래서 달려간 곳. 둘루스 Steve Reynold길 위에 자리잡은 소림마라입니다. 간판 위 판다 머리위에 불난거보니 겁나게 매워 보이네요. 맵다면 또 얼마나 많은 육수를 흘릴 것인가? 오늘은 수건도 못챙겼는디... 입장을 주저하고 있는 사이 동행한 형님으로부터의 한마디. "쫄리면 뒈지시든가"
"먹는다에 내 가진돈 다하고 혓바닥을 건다"하면서 입장. 워~메..만석이여. 게다가 제가 자주 다니는 여느식당보다 연령층이 낮고 거의다 여성분들인겨.... 이거이 거의 여자 대학교 카페테리아 수준인겨. 물론 제가 마다할 상황은 절대아니죠
대기줄을 타고 이름이 불려지는 걸 기다리며 혹시 몰라 쪽팔림을 방지하고자 메뉴도 숙지해보고 어떻게 주문하는지도 살펴봅니다. 마라탕, 마라샹궈, 짜장 마라샹궈, 꿔바로, 볶음밥 게다가 떡볶기까지. 매운것에 지치면 볶음밥에서 안식을 찾으리라...아멘
야채, 버섯, 오뎅, 쏘시지, 햄, 오징어, 각종 국수류에 4가지 고기중에 맘에 드는 것들을 양푼에 담아 무게대로 계산하고 탕을 할 것인지 샹궈(볶음) 으로 할 것인지와 매운정도 (1부터 5까지)를 선택하면 주방에서 조리해서 테이블로 가져다 주시네요. 그 짧은 시간안에 이많은 것들을 숙지한걸보면 머리가 그렇게 나쁘진 않은것 같네요
도삭면과 중국당면을 듬뿍 넣은 짜장 마라샹궈입니다. 면발은 먹어 보나마나 쥑이고요, 소고기의 씹는 맛이 이거 내 스톼일이야! . 보통짜장보다 매콤한 맛이고 뒷맛에 마라향이 느껴지네요
대망의 마라탕입니다. 양고기에 햄과 쏘세지, egg noodle을 선택한 후 부대찌게 맛을 기대하면서 끓기만을 기다립니다. 다 익힌후 한젓가락 떠서 미리 만들어둔 땅콩쏘스에 찍어 먹었는데...뜨악. 국민학교 과학시간에 9볼트 밧데리를 혀에 댄 느낌. 찌릿찌릿..그 찌릿함이 혓바닥에 몇초간 지속됩니다. 중독인가? 혀가 얼얼한데도 또 젓가락질을 멈출수가 없어요. 맞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퇴 성욕자처럼 혀에서 느끼는 고통을 즐기게 될 줄이야..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지라 건데기 다먹고 국물을 떠 먹어봤는데 전기고문을 당한느낌입니다. 건데기만 먹는건가요? 확실치는 않지만 그냥 전골처럼 국물을 홀짝홀짝 들이키니 정수리 부위에서 육수가 줄줄 흐르기 시작하네요.
더위에 지친 강아지 혀처럼 헐떡 거리는 나의 혀에게 안식이 찾아왔읍니다. 이제야 무언가 맛을 느낄수 있겠구나. 꼬실꼬실한 볶음밥인데. 전혀 짜지 않고 데빵에서 주는 볶음밥 보다 고소하고 맛있었읍니다.
새로운 음식 그것도 엄청나게 자극적인 음식에 도전해본 날이였읍니다. 요즘 해외에서 인기많은 불닭면처럼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매운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는데 저는 슬슬 걱정이되네요. 낼 아침에 화장실에서 겪을 일을 생각하면요....10년만 젊었어도 이런걱정 안했을텐데요. ㅠㅠ